문외한 문과 기획자 어플 개발기

앱 개발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앱 개발과 출시라니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이 프로젝트는 물심양면 도와준 개발자 남편 덕분이다.

0. 기획 배경

앱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일단 내게는 육아라는 큰 과제가 주어져 있었고, 하루의 대부분은 육아 관련하여 시간을 쏟고 있었다. 육아는 참 쉽지 않다. 양육자의 수면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게 육아를 정말 어렵게 한다. 그래서 수많은 수면 교육 후기를 찾아보았다.

퍼버법, 안눕법 등등 아이를 기르지 않을 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지만 알면 알수록 이 세계도 참 넓고 다양하다. 그런데 이 수면 교육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결과를 기록할 때 “45분 울다가 지쳐 겨우 잠들었다” “오늘은 15분 퍼버법을 시행하였다가 5분간 안아주었다” 등 시간이라는 요소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수면 교육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아이가 우는 시간이 45분→30분 →15분처럼 점점 줄어들고, 이에 양육자가 보람을 느낀다는 점도 발견하였다.

육아를 한다면 모두가 한 번쯤은 검색해 본다는 수면 교육, 그 수면 교육에 ‘시간’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그 시간을 측정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앱을 개발하게 되었다.

1. 명확한 목적과 목표 수립하기

수면 교육 앱이라고 시작하였지만 어떤 기능이 있어야 할지, 사용자가 이 앱으로 무슨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말을 하면 할수록 혼란에 빠졌다. 어느 날은 수면 교육을 하기 위한 화이트 노이즈가 필요하다라던지, 사용자들의 통계를 통하여 수면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야 한다던지 중언부언했다. 나의 요청을 듣는 개발자 남편은 더욱 혼란에 빠졌고 그는 다음과 같은 문항들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 화면: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 정의: 앱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 주요 기능: 주된 기능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문항들이지만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마음 속에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이 고민을 거듭할수록 만들고자 하는 앱은 명확해지고, 포기해야 할 기능들은 눈에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였다.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이 답들은 앞으로 개발하며 이리저리 휘청일 때 생각을 명확히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화면: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 팀에서 디자이너가 없으니 가장 안정적이고 인정받은 디자인을 참고하기로 했다. 핸드폰에 있는 기본 어플들 중 “타이머”의 디자인을 참고하였다.
  • 한 줄 요약: 앱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 수면 생활 기록 앱
  • 주요 기능: 주된 기능은 무엇인가?
    →1) 수면 시간 측정을 위한 타이머 2) 수면 시간 통계

2. 개발 실행

전속 개발자가 나랑 잘 알고 편한 사이라는 점은 이 팀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앱을 처음 만들어 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럴 때 마다 개발자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쉽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물어보고 이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쉽게 휘발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 협업 도구: Notion을 활용하기로 했다. 글, 그림 등을 넣은 문서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공동 작업을 쉽게 접근하고 기록해둘 수 있기 때문에 다른 Tool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 디자인: iPad를 적극 활용하여 손 그림으로 구상안을 전달하였다. 확실히 말로할 때 보다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적었고, 나도 그리면서 어떤 느낌인지 감이 와서 손쉽게 수정이 가능했다.

개발자가 아주 유능하였고, 모호한 구상안에도 찰떡같이 이해하고 구현해 왔으므로 이 단계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노션으로 기록하며 협업했다. 다른 협업 Tool보다 접근성이 참 좋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그려보았다.

3. 이슈관리

큰 틀은 잡혀 있고 개발이 진행될수록 그때 그때 생기는 이슈들이 있었다. 개발자가 제기하는 이슈이건, 내가 생각한 이슈이건 생각지도 못한 이슈들이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Slack을 통해 하나씩 주고받다가 Notion의 Feature Request 기능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각각의 이슈들을 List up한 다음 담당자를 지정하고 요청사항을 정리해 두었다. 이슈들을 한 눈에 파악하기가 수월하여 놓치는 사항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진행 사항들을 한 눈에 관리하기 쉽다

4. 디테일 수정

다른 사람에게 이미 진행된 일을 잠시 멈추고 수정 요청하기는 참 쉽지 않다. 나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조금의 수고를 더 들이고, 이리저리 고민도 했다가 테스트도 해보면서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타인과 협업에서 여러 번의 수정 요청은 참으로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추가 자원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가이드라인에 맞추어서 개발했는데, 수정을 요청한다는 것은 나의 가이드라인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해야함을 의미한다. 색상, 앱에 들어갈 문안, 통계를 보여주는 방식 등 실제로 구현되었더니 나의 생각과는 다른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수정 요청사항이 적을 거라 생각하고 한 두가지 던져주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때 좀더 세심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그러다 수정이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 작업방식이 잘 못되었음을 깨닫았다. 그래서 문안을 수정하면 여러 번 읽어보고 써보고, 화면을 테스트해보면서 문서에 정리하여 전달, 수정 횟수를 줄였다.

이렇게 자잘하게 수정사항을 자주 요청하면 안된다. 같이 일하는 사람 열받게 하기 딱 좋다.

총평

앱은 사용하기만 하였고, 앱 기획이란 유능한 IT세계 사람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던 나의 첫 앱 기획이었다. 앱을 개발하게 된 배경부터 협업, 개발, 수정까지 모든 과정을 좌충우돌 겪어보았다. 전반적으로 전문적으로 하는 기획자들에 비하여 개발자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였고, 개발 tool에 대해서도 부족한 면을 통감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Process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 보았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아주 뿌듯하다. 이 개발기에 간단한 소회를 남겨보고자 한다.

1. 기획의 본질은 여느 업태나 비슷하다.

이전 회사에서 신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했었다. 실체가 있는 상품을 만드는 일이라 앱 기획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본질은 비슷했다. 누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쓸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더하고 빼기를 계속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특히 이것 저것 다 넣고 싶은 마음에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결과물을 생각했다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본질에 집중하고 빼야할 것은 과감하게 빼는 과정이 아주 비슷하였다. 예전 회사에서 어느 선배가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그래서 이번 앱에서도 쓰는 언어도 쉽고 통일되게, UI도 간편하고 헷갈리지 않도록 집중하였다.

2. 협업은 언제나 어렵지만, 1+1=2가 아닌 그 너머를 만들 수 있다.

협업은 정말 어렵다. 나는 개인과 개인이 한 작업물을 단순히 합치기만 하는 것이 좋은 협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들의 작업물을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하고, 단순한 합 그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야 협업이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과정을 통해서 서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우리는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민하였다. 좋은 협업 Tool을 활용하여 명확한 요구사항과, 진행 상황을 공유하였기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일단 끝냈다는게 참 중요하다

이번 앱 개발은 좌충우돌 정신없이 진행, 그리고 끝내 완료하였지만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조금 아쉬운 점이 남았다.

  • Tool: Notion을 활용하여 협업하였지만, 개별적인 Slack으로 요청사항을 전달하여 History정리가 아쉬웠다. 다음에는 협업 Tool을 적극 활용해야겠다. Notion을 활용하니 글, 그림 등을 쉽게 정리해둘 수 있었는데 다른 협업 Tool인 Jira 등도 사용해보고 싶어졌다,
  • 용어 정리: 아직 IT관련 용어들이 입에 익숙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개발과 관련된 책을 읽어 용어를 입에 익히고 Process별 사용하는 개념들도 익혀야겠다.
  • 프로그래밍: 직접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문안 수정 같이 여러 번 수정이 필요한 작은 부분들로 인한 개발자의 자원 Loss가 있었다.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겠다.

하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다음 목표가 생겼다. 이 앱을 출시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마케팅하는 것. 실제로 이 앱은 이미 출시되었고 관리와 마케팅이 남아있다. 마케팅은 요즘 모두들 활용하고 있는 것 같은 GA를 직접 집행해보고자 한다.

혹시 이 앱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다음 주소로 다운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me.hoppipolla.baby_sleep_time

Trend에 관심 많은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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